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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84)그림을 그려야 하는 이유

전만성

전만성 / 충남 홍성군 홍성읍




  얼마 전에 개인전을 했다. 퇴직을 하고 나서 처음 하는 전시회였다. 그림을 그리겠다는 결심만으로 미리 앞당겨 직장을 그만둔 건 아니지만 그만두고 나서는 아무래도 마음가짐이 달랐다. 어떻게 하면 그림을 많이 팔 수 있을까? 어떻게 하면 대중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? 하는 데에 생각의 초점이 맞춰졌다.



  불편했다. 이때껏 남의 눈치 안 보고 그림을 그렸는데 이제 와서 이게 무슨 짓인가!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. 반면 그러니 여태 이름도 없이 외로웠지! 하는 자조의 소리도 들렸다. 어쨌거나 작가는 대중의 사랑을 받아서 작품을 팔아야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은 확실한데 어떻게 그려야 사랑을 받고 팔리는지는 여전히 난감했다. 



  삼일 째 되는 날 할머니 한 분이 전시장에 들어오셨다. 허리도 많이 굽어 있는 데다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계셨다. 처음엔 걸인 할머닌 줄 알고 차나 한 잔 대접해드리면 되겠다 싶어 의자를 권해 드렸더니 의자를 끌고 그림 앞으로 가시 질 않는가? 그러면서 낮에 오셨었는데 집에 가시는 길에 그림을 보려고 다시 오셨다 하셨다. 



  한참을 그림 앞에 앉아서 쉬시고는 그림 참 젊어서 좋다고 소감을 드러내셨다. 따님과 한 번 더 와야겠다고 혼잣소리 하시는 걸 들었다. 돌아가실 때는 약속처럼 작가님! 기억하리다. 한말씀 남겨주셨다.짐을 싸 가지고 집에 내려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. 내가 그림을 그려야 하는 이유는 분명했다. 할머니와 같은 분을 만나기 위해서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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